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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이야기/응급실 일기

노인 요양 환자 폐렴

요양 시설에 계신 노인 분들은 주로 열이 나는데 환자가 쳐지고 호흡이 가쁘다고 연락이 온다.

요양원에 계신 분들이 안 좋은 경우가 많고 그 다음이 요양병원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이라고 크게 더 나은 것은 아닌지라, 좀더 일찍 연락하지 왜 이제야 연락했을까 싶은 환자가 많다.

모든 요양병원이 그러한 것은 아니고 요양 병원을 비판하려는 것도 아니지만 SIRS(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 징후가 보이는데 항생제 사용 없이 해열제만 쓰다가 안되서 오는 경우가 좀 있다.

SIRS 징후는 바이탈 사인(발열, 호흡수, 심박수)만으로 확인이 가능하니, 혈액검사가 안나와서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은 조금 안일한 대처라 생각한다.

 

이러한 환자가 내원하면 일단 산소를 드리고 수액을 달면서 상태를 확인하는데, 대개 drowsy mentality(흔들어 깨우면 눈은 뜨는 상태).

열이 동반되거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있으면 대개는 내과적 이유 때문에 환자가 쳐진 것이지만 가끔 stroke이 동반된 경우가 없지는 않아서 brain MR diffusion(허혈성 뇌경색 감별용), brain CT(뇌출혈 확인용)를 찍기 권한다.

대개는 MR이나 CT에서 정상이긴 하지만 이걸 확인 안하면 내과 쪽에서 환자를 받을 때 부담스러워한다.

물론 보호자들 중에는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요양원에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보호자들이 고가 검사나 적극적 치료를 원치 않는 경우도 많다.

 

머리 쪽 문제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 혈액검사와 x-ray, 필요한 경우에 폐나 복부 CT까지 진행하면 105-6은 폐렴이고

2-3정도는 신우염이다. 그리고 나머지가 장염, 장 마비(생각보다 많다), 알수 없는 경우다.

장 마비 때문에 환자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거동 안 되고 누워만 계신 분들은 장 마비가 잘 온다. 변비도 심한 경우가 많다. 장 마비나 변비가 심해지면 변이 장 안에서 부패하는데, 이때 세균이 과 증식하면서 패혈증까지 갈 수 있다.

 

70대 이상 어르신들 사망원인 중에 폐렴이 1위인데, 실상을 알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노환이 오면 거동이 안 되고 누워만 있게 되는데, 이때 폐렴이 잘 온다.

누워만 있는 상태에서는 가래 배출도 잘 안되고 삼키는 작용이 떨어진 노인들은 가래나 음식이 흡인이 잘되기 때문이다.

 

나도 30살 쯤에 외할아버지를 폐렴으로 잃었는데, 요양원에 계셨다.

의식도 떨어지고 삼키는 능력도 낮아졌는데 요양보호사가 죽을 무작정 떠서 입에 집어넣었다.

삼키지도 못한 상태인데 무작정 퍼서 넣는 것을 보고 나서서 뭐라 한마디 하려하자, 어머니가 말리셨다. 아마도 보호자가 안 볼 때 해코지하는 것이 두려우셨을 수도 있겠지.

외할아버지는 며칠 뒤 사망하셨는데, 옆에 있던 보호사는 심폐소생술을 한다며 주먹으로 명치만 두드리고 있었다고 한다.

모든 상황이 한숨만 나오고 기막혔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고령의 요양환자가 흡인성 폐렴이 잘 생기는 것을 모르는 것과, 말도 안 되는 심폐소생술을 한 것 그것이 그들의 잘못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는 엄밀히 말하면 의료인이지만, 간호사 수준의 능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그것은 제도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의학이 체육과 마찬가지로 필수 교육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노인 분들은 폐렴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된다.

여러 가지 선행 조건이 있지만 그 모든 조건이 결국 폐렴으로 수렴되는 식이다.

노환, 치매 및 기타 등등 이유 -> 전신상태 악화 -> 누워서 생활하는 상태 -> 거동 안 됨. 연하능력 저하 -> 폐렴 -> 패혈증

대략 이런 순서로 연결된다.

 

대개는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는데 급격히 나빠져서 인공호흡기를 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령 폐렴환자는 입원 시 보호자에게 당장은 필요 없지만, 필요할 경우 인공호흡기를 달 것인지 미리 물어보게 된다(급한 상황에서는 보호자 동의 받고 나서 인공호흡기를 달 상황이 안 되기 때문). 그리고 이때 심폐소생술 여부도 같이 확인한다.

요즘은 항생제가 좋아져서 대개는 잘 회복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고 결국 인공호흡기를 못 떼는 경우도 없지는 않아서 설명할 때 민감한 부분이 있다. 보호자가 인공호흡기 달면 못 떼고 사망할 때까지 연명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냐며 거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사실 현재 상황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워 치료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고 회복 되는 분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배양검사 결과가 나와서 어느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지 알기 전까지는 보통 타박탐만 쓰거나 레보플록사신을 병용하기도 한다.

요양시설에 있던 분이 아니거나 폐렴이 심하지 않거나 애매하면 3세대 세팔로스포린을 먼저 써보기도 한다.

 

환자가 폐렴에서 회복 되는지, 그렇지 못하는지는 기저병력이나 전신 상태에 따라 너무도 달라 함부로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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