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R [Do-Not-Resuscitate]
쉽게 말해 심폐소생술 하지 말라는 뜻이다
환자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 맞지만, 대개 DNR여부를 결정해야하는 상황에서 환자는 의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직계 가족, 보호자가 환자의 평소 말과 의사 표현에 근거해서 결정하게 된다
환자 개인 신념에 의해 DNR 인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이 경우는 내 경험상 1/10도 안된다
직계 보호자(직계여야한다. 직계가 동의해도, 나중에 다른 보호자가 나타나 왜 심폐소생술 안했냐며 난리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가 DNR 동의를 하는 경우는 경험상 환자가 암 등 지병이 있어 소생 가능성이 낮거나 소생 후 남은 삶에 큰 기대를 할 수 없을때, 그리고 고령일 때다
대다수의 DNR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그렇다면 이 DNR이 왜 이슈거리가 되는가
"위중한 환자의 경우 2차병원 급에서 DNR이 아니면 입원을 꺼리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환자 심폐소생술 하기 싫어서. 대 놓고 말해 귀찮아서. DNR 아니면 입원 안시킨다는 말로 DNR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고
응급실 당직의로서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우선 1차원적 이유만 보면
2차병원은 병동/ 중환자실 의사 당직이 대개는 없다. 적어도 중소 도시에는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한 두개 있을 뿐
외래 시간이 끝나면 몇백 병상 병원에 남은 유일한 의사는 응급실 당직의 1명 뿐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병동에 중환자가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응급실 의사가 뛰어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응급실에 환자가 없거나 경증환자만 있으면 병동 환자를 위해 뛰어올라갈 수 있다
저번에도 그렇게 환자 상처 봉합전에 뛰어올라가서 한참만에 내려오게 되어 환자가 기다리다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응급실에 위중한 환자가 있을때는? 응급실에 응급환자가 온 경우에는?
못간다
전화로 구두 처방하고 급한 환자 처리하고 간다 해도 직접가서 환자 보고 진료한것과 동일하게 책임을 다했다 보기 어려울 것이다
낮시간이라면 병원 의료진이 모두 몰려가 소생술을 하겠지만
응급상황은 시간을 가려 생기지 않는다
병동 응급환자에게 제때 대처하지 못해 환자가 장애가 생기거나 사망한다면
보호자는 과연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
병원에 의사가 있었는데 그 의사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냐고 소리지르는게 당연한 거다
아무리 응급실 환자 보느라 못갔다 하여도 병원은 사망환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병원, 그 병동 환자 담당주치의 (간호사 전화 연락에 오는게 불가능하거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아니면 완전히 면피하기 어렵다), 응급실 의사 모두 환자에 대해 책임이 돌아간다
환자 처치에 대응이 늦었거나 더 나은 선택이 있었거나 해야할 처치가 있었는데 안했거나 등등 과실로 볼게 있는지 다 따져서 있다면 처벌한다
만약 담당 주치의도 아니고 당직의도 아닌데 워낙 급해서 도움 요청을 받고 다른 의사가 왔다?
그 의사도 같이 책임이다. 주치의가 아닌데 선의로 와서 도우려 한것 뿐이다? 이유 없다. 책임져야한다. 판례가 있다
이런 상황이면 응급실에서 입원 전환 될 때 그 환자를 받을 담당 전문과 의사는 DNR 없이 환자를 받을 수 있을까?
심폐소생술까지 안 갈거라 생각되는 수준의 환자는 받겠지만, 고령에 패혈증에 장기부전 예상되거나. 의식 저하에 복합적인 문제가 겹쳐 어떻게든 심폐소생술까지 갈 확률이 있다고 판단되면 섣부르게 입원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 충분히 이해하고 제때 소생술 못해도 좋으니 소생술 할 수 있는데 까지만 해주고 입원시켜 달라고 하는 분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보호자분은 그런 입장이겠지만 다른 보호자분도 그러한 입장일까?
그리고 그러한 마음이 과연 환자분이 사망한 상황에도 동일할까
두번째 이유는 좀더 복합적이다
적극적 치료 여부 때문이다
적극적 치료와 DNR은 분명 다르다. 그런데 왜 두개를 같이 묶을까?
먼저 적극적 치료에 대해 설명하자면, 적극적 치료라는 것은 명확한 듯 하지만 매우 불명확한 개념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 을 다 했으냐? 에서 "모든 수단"에 해당하는 것이 그것일 것이다
작게는 인공호흡기를 다는 것부터 해서 ECMO요법 까지. 신장이 망가진 응급환자 투석치료에 쓰이는 CRRT.
외과계 중환자라면 상황에 따라 시간에 상관없이 시행할 수 있는 응급수술.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심혈관조영시술.
이 모든 것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늦지않게 시행하는 것이 적극적 치료에 대한 예시라 하겠다
그리고 2차병원은 대부분 이런 것들이 불가능하다
조영술이나 응급수술은 적극적인 전문의와 병원의 참의료에 대한 열정으로 수술팀, 심혈관센터팀에 대한 지원이 있는 경우 가능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렵다 심혈관조영술은 그나마 좀 된다해도 응급수술은 안되는 곳이 많다
그럼 여기서 이런 전문적 시술들이나 처치들이 DNR과 무슨 상관이냐 물어볼 수 있다
상관이 있다
"적극적 처치"의 개념에는 환자 치료에 필요한 해당 전문의가 제때 환자를 보고 적절한 처방을 내리고 치료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환자 상황에 따라 응급실 의사의 1차적 처치는 당연하고 주치의는 물론 필요과 전문의 호출까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적극적 처치는 자연스레 심폐소생술과 연결이 된다
환자를 위한 적극적 치료에 소생술이 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폐 소생술만 빼고 다른 치료만 받으면 안되냐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인공호흡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데 인공호흡기는 달겠다? 그럴 수 있다. DNR이라고 무조건 인공호흡기 안다는건 아니다 응급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충분한 준비 후 시행하기도 한다
DNR이 아닌경우는 당연히 필요하면 호흡기단다
그렇다면 심폐소생술에 쓰이는 약물은 어떨까 승압제와 에피네프린, 아미오다론 같은 약재는 안쓴다? 약물 투여는 흉부압박과 달리 환자에게 직접 손상을 줄 가능성이 있는 처치가 아니다 그래서 DNR이라도 약물까지는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럼 제세동기는? 환자가 부정맥이 생기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제세동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급하니 DNR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치는 경우도 있다. 일단 치고나서 이 환자 DNR 이었습니다 그러면 아 그래요? 한 적도 있다. 성공하면 바로 심장 박동이 살기 때문이다. 보호자도 제세동기 쓴걸로 DNR인데 왜 했냐며 고소하진 않을꺼다. 아마도…
제세동기까지 쓴다고 하자
그러면 흉부압박 하나 남는다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1분이라도 늦으면 안되는 처치가 기관삽관이고 기관삽관이 인공호흡기를 위한 것이라 할때, 흉부압박을 제외한 다른 처치를 하는 DNR은 병원 입장에서 DNR의미가 없을수도 있다 (상황과 병원, 의료진마다 다르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문자적 의미로의 DNR에 해당하고 환자나 보호자의 신념에 어긋나지 않는다해도 말이다
응급실 환자보느라, 주치의 연락이 안되거나 되더라도 도착이 늦어서, 어떤 이유로든 기관삽관이 10분정도 늦어져 뇌사가 되면 보호자입장에서 인공호흡기는 달겠다고 했는데 어째서 처치가 늦어졌느냐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대처는 응급상황에 대한 의료인력이 부족 할때 더 취약해진다
때문에 몇몇 2차병원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DNR과 적극적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같이 묶는 것처럼 마치 비슷한 느낌으로 설명한다 (센터급 2차는 아닐수도 있다)
2차병원에서 항생제 처치나 승압제, 폐렴이라면 인공호흡기 또는 고유량산소요법이나, 부정맥시 제세동기까지 쓴다 쳐도
보호자가 적극적 치료를 하겠다고 한 이상 어디까지 처치를 원하는지 그 한계를 둘지 알 수 없을 뿐더러, 환자 사망 후 "이럴거면 왜 대학병원 가라고 안했냐? 응급상황이면 대학병원으로 바로 보냈어야 하는거 아니냐?" 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주부호자가 아니라도 어디선가 누군가 생각지 못한 어떤 보호자가 나타나 문제제기를 한다…)
어찌보면 방어진료라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런 이유로 "적극적 치료 원하시면 대학병원에 가시고, DNR동의 하실거면 저희쪽도 입원은 가능합니다" 이런식으로 설명을 한다
드라마 같은 곳에서 "DNR환자 어차피 DNR이니 대충 치료해도 돼" 라는 식으로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는 DNR환자도 심폐소생술을 할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어쩌면 정말 마음놓고 사망해도 어쩔수 없지라는 식으로 대충보는 의사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의사들은 "DNR은 DNR을 할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할수 있는것을 한다
DNR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가볍게 말 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3차병원의 중증 환자 수용여력이 커지고
2차병원에 병동/중환자 당직의가 당연시 되고 외과계와 심장내과 응급 수술/시술이 완전히 가능해진다면 조금은 상황이 나을지 모르겠다
2차병원에 그 모든것이 가능하고 전문의가 연락 즉시 처치할 수 있다면 그게 3차병원과 무슨 차이가 있냐 할지 모르겠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갈 수 있는 대학병원이 없다며 제발 받아달라고 밀고 들어오려는 119를 보면서 2차병원이 좀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는건 이상한게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영 문제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병원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 '애초에'. '처음부터'. '병원이란'. '국가가 경영'해야했던 것이 아닐까.
적자를 보는게 당연함에도 해야한다면 해야하는 분야가 의료라면 그것을 민간에게 맡기는게 이상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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