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이 진료가 안되는 경우에 대해 많은 기사가 나오고 있다
119 입장에서는 환자를 병원이 무조건 거부하는 것 처럼 보이고
환자가 눈앞에서 죽어가는걸 보다보니 병원이 바뀌어야한다고 말할 것이다
병원이 바뀌어야하는것은 맞다
119가 영업사원도 아니고 병원에 제발 환자 받아달라 애원하는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바뀌려면 병원이 왜 환자를 거부하는지 왜 수용이 안된다 말하는지 이유를 알아야 한다
#위중함이 심하거나 특정 처치 불가로 수용이 안되는 경우
2차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수용을 거절하는 대표적인 이유다
3차병원이나 센터급 응급실은 규정상 환자를 일단 받아 처치하고 필요시 전원하게 되어있는데
이전에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대학병원이나 센터급 응급실도 수용 거부를 하는 일이 있었고
요즘은 더 상태가 안좋아 3차나 센터도 수용이 안되는 일이 많다
몇가지 사례를 꼽자면
가슴 통증이 있는데 심근경색인지 확인을 해 줄 심장내과 의사가 없거나, 휴진이거나, 장비 문제가 있는 경우
투석이 필요한데 투석실에 자리가 없는 경우 (대개 10중 8-9는 자리가 없다)
뇌출혈일 가능성도 있는데 신경외과 응급수술이 불가능 한 경우
외상에 따른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
다량의 수혈이 필요한 경우 (2차병원은 혈액이 많이 준비되어있지 않다)
특정 농약 중독이나 살모사에 물린 경우
일산화탄소 중독이라 가압 산소 치료 필요한데 장비가 없는 경우
뇌경색인데 혈관중재 시술이 안되는 경우 등등......
대부분은 대학병원 급이나 가능한 시술들이고 2차병원은 거의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심혈관 조영술이 2차병원도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그때 그때 달라서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19도 이걸 알기 때문에 위 환자들은 대개 대학병원으로 바로 갔었다
하지만 대학병원이 기능마비가 되면서 2차병원으로 수용문의가 계속 들어오는 형편이다
응급실 당직의 입장에서 거절하기 참 미안하고 무안한데 어렵다는 말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는 일단 무조건 받으라 말할 지 모른다
그 생각 응급실 당직의도 안하는게 아니다
다만 그 행동이 전문 치료를 받을 기회를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거나, 시간만 잡아 먹고 근본적 치료를 늦추게 해서 오히려 환자에게 안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환자가 사망하거나 그 외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면 환자에 대한 적절한 처치가 불가한데 왜 무리해서 환자를 받았느냐는 말이 나오고 소송 걸릴 수 있는 문제다
나 또한 몇년 전에 코로나 폐렴으로 안좋은 환자 이대로면 위험해서 입원 안되고 격리 공간 없는데도 받아서
처치실 봉쇄하고 처치실에 응급실에 하나 있는 인공호흡기 달고 진료 했었다
그러나 결국 환자는 다음날 사망했고 나에게 돌아온건 왜 환자 감시도 안되는 처치실에 넣어놨냐
왜 환자 제대로 치료 안하고 방치해서 죽였냐 제대로 조사해달라는 진정서였다
이게 응급실 의사들이 격는 현실이다
#입원이 필요해 보이는 상태인데 응급실에서 병동으로 입원이 어려운 경우
병실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특정 전문과가 없어 입원이 안되는 경우도 종종있다
격리가 필요한 환자거나 중환자는 당연히 격리공간이나 중환자실이 없으면 입원이 안되고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 특정 전문과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그 과 전문의가 없으면 입원이 안된다
그리고 이 경우는 입원이 문제가 아니라 대개는 특정 시술이나 검사가 필요해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없어 수용거부를 하게 된다
응급처치 후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거나, 병실 날 때까지 응급실에서 대기하면 안되냐 할 것이다
피치 못할 경우 그렇게 하기는 한다
그런데 보통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보내려 해도 대부분 안되고...(요새는 거의 안된다고 보면 된다)
지금은 상황실에서 전원의뢰를 대신 해주지만 직접 전원의뢰를 하던 시기에는 환자도 못보고 응급실의사가 한두시간 전화기만 붙들고 있어야만 했다
전원 안되면 입원하거나 응급실 대기인데 입원이 안되니 아무 대책없이 응급실에 있게 된다
그러다가 환자가 위험해지는 상태가 되서야 겨우 전원 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할 수 있다
결국 대기해도 응급 처치만 계속 들어갈 뿐 답이 없다
차라리 응급실에서 버티더라고 병실 여유가 있는 병원이나 특정 진료과가 있는 곳에서 버텨야 상황이 변해 진료 받는 일이라도 생기지 답 없는 곳에서 대기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계속된다
2차병원 응급실에서는 응급실 입원(응급실에서 계속 있는 것) 안되요 라는 설명을 자주 하는데, 밑에서 설명하겠지만 환자가 응급실에 계속 깔리면 그 환자에 대한 인적 소모가 누적되서 그런 것이 주된 이유다
입원대기 3명 깔린적 있는데 환자가 몰리는 날도 아니었고 중한자가 아니었음에도 액팅 1명은 쉴틈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여기서 환자가 몰리거나 중환자가 추가로 깔리면 환자 처리 속도가 반도 안되게 떨어진다
#중환자가 있는 경우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보는 곳이니 중환자가 있는게 당연하지 않느냐 할 것이다
맞다
응급실에는 중환자가 있는게 당연하다
문제는 중환자가 있는 경우의 환자 수용능력이다
중환자는 환자 감시 장치를 걸어놓고 분단위로 처치가 바뀌고 즉각 대응해야한다
계속 모니터 쳐다보면서 환자를 확인해야한다
2차병원은 대개 당직의 1명, 간호사 3명이 보통인데 중환자 한명 깔리면 간호사 1명은 거의 그 환자 전담하다시피 하고 남은 2명이 액팅의 일을 나눠 해야한다
액팅이 중환자 처치 중에는 차지가 오더확인 하고 차트기록하자마자 주사 들고 간다
응급실에서 차지가 바이탈 하는건 흔한일이다
중환자 1명 당 간호인력이 0.5씩 감소한다 치면 중환 2명이면 간호사가 둘 밖에 없는 셈이고 세명 깔리면 차지도 정신이 없어져 짬을 내서 겨우 신환 보게되는 상황이 된다
이때는 CPR수용도 어렵다. 무조건 받아야 하는 CPR이건 만 이 상황이면 우리 중환이 많아서 죄송합니다라고 일단 사정을 설명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밀고 들어오면 환자 다 내버려두고 CPR에 의사1 간호사3이 매달리지만 이미 있는 중환자는 약 1시간 안밖으로 방치되게 된다
보통 2차병원에 중환자가 2명이상 깔리는 경우는 흔하진 않은데, 대학병원이 기능이 점점 마비됨에 따라 2차병원에 중환자가 늘기 시작해서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우리들끼리는 중환자 1명보느니 차라리 경증 환자 10명을 보겠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중환자 1명에 대해 들어가는 인적 소모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환자가 넘치는 경우
응급실 가보면 한산하고 어제도 갔다 왔는데 환자 별로 없는데 무슨 환자가 넘치냐 할 수 있겠다만,
의외로 많다
보통 2차병원은 응급실 최대 수용환자수가 8-16명정도다
말이 그렇다는 거고 보통 10명넘어가면 환자 보기 힘들어지고 20명가까이 몰리면 자리가 없어 대기석에 앉아서 주사 맞게되며 추가 진료 진행이 어려워 접수가 막힌다
진료 본 환자는 주사 맞게 두고 새 환자 보면 안되냐 할 수 있지만
응급실 재원환자는 최소 2시간에 한번은 의식수준, 혈압, 산소포화도, 증세 호전여부, 혈당(안할 수도 있다) 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환자 상태나 증세에 따라 추가 처방이 들어가고 검사 결과 설명 및 그에 따른 처방, 입원 올리기 위한 작업 등등 환자가 퇴실하거나 입원 올라갈 때 까지 다수의 처치가 추가로 발생한다
그래서 10명이 깔리면 간호사 중 한명은 이미 깔린 환자 보느라 새로운 환자 보는데 투입이 어려워지기 시작하고 20명쯤 되면 사실상 아무것도 못하고 이미 있는 환자 보기도 벅차다
그러면 응급실에 간호사와 의사를 더 배치하면 되지 않느냐 할 것이다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내가 알기로 어느 병원이든 응급실은 적자라고 안다
여기에 추가 인력을 투입한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건비를 내리기 위해,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의사를 더 뽑으면 되지 않느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의사들이 응급실에 오지 않는 이유는 돈이나 일자리 문제만이 문제는 아니다
소송 걸리는 일이 드물지 않고 밤샘근무가 당연하며 상당한 심적 체력적 소모가 요구되는 분야인데 의사가 많아 봉직 자리가 줄어든다고 응급실에 의사가 늘어난다?
전혀. 봉직자리 없어 차라리 개원하는 의사들이 몇배로 늘면 늘었지 응급실 의사는 절대 늘지 않을 것이다
의사를 많이 뽑으면 응급실 의사가 늘어난다는 말은 현장을 전혀 모르고 하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대학병원 전공의 사직 -> 대학병원 기능 마비 -> 2차병원으로 부담 가중 -> 2차병원 한계 -> 응급실 뺑뺑이 사태
이러한 연쇄작용의 결과가 현 사태다
병원이 바뀌어야한다? 환자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근본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하지 않을까
안그래도 적자인 응급실에 의사와 간호사를 더 투입하기 힘들다?
나는 항상 주변인에게 말한다
의료는 자유시장 경제에 맏겨서는 안되고 반드시 국가가 직접 운영해야한다고
수도 전기 민영화는 그렇게 반대하면서 왜 의료는 국가가 경영하지 않는가?
병원은 모두 국가가 운영하는게 맞고 적자가 나도 해야할 투자 해야할 치료를 하는게 맞다
건강보험만 국가가 담당한다고?
영국 캐나다처럼 공공의료로 감당하자니 돈이 너무 많이 나가 싫고
미국처럼 바로바로 받고 싶은 치료 다 받고 싶고 (꼭 필요하든 그렇지 않든)
의료를 국영화 하자니 표 떨어지고 욕먹을거 같으니
건강보험 하나 딸랑 가지고 온갖 이상한 이유로 적절한 치료에 삭감 날리고 기형적 의료 만들어 내고
사명감으로 내과 외과 선택한 의사들은 부족한 인력에 밤낮없이 환자보고 수술하느라 죽어나가고 양심적인 개원의는 비보험 영양제 안팔면 하루 60명 100명씩 진료하게 만들었는데
그게 싫어 피부과 미용으로 의사들 다빠지니까 필수과 할 의사가 부족해서 의사를 늘리겠다 한다
파업에 찬성하는건 아니지만 이 상황이 현실을 아는 의사들은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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