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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이야기/응급실 일기

추석 응급실 근무

이번 추석은 환자수가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연휴 가운데와 마지막날엔 100명이 넘게 왔다

 

교통사고로 뇌출혈이 생겨서 다른 2차 병원에 전원간 사람이 있고 (대학병원은 모두 거절했다)

 

명절이라 우울했는지 자살하겠다며 술마시고 정신과약 잔뜩 먹고 온사람도 있고

(이런분 오면 위세척 하느라 한참이다)

 

119에서 몸에 기력이 없다는 환자인데 수용 가능하냐기에 받았더니 양 하지 마비가 있어 길랑바레 의심으로 다음날이 되어서야 간신히 전원 갈 수 있었던 환자도 있었다 (길랑바레는 2차병원 진료가 어렵다..)

 

호흡마비가 오기 전까지 몰린 환자는 적극적 치료 포기할테니 받아만 달라 하기에 내과 당직의와 이야기 했더니 받기 어렵다 했던 환자도 있었다

사실 그 환자는 절대 못받는 수준은 아니었는데 내과 당직의가 거부하면 병동에 입원이 안되서 답이 없기에 상급병원 먼저 알아보시라 했었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연락이 왔는데 대학병원에 장비도 있고 병실도 있고 다 받을 수 있는데 먼저 2차병원에서 진료 후 전원 오라 했다면서 수용 가능하냐 했다

이게 좀 이상하게 보일 수 있고 조금 이상한게 맞기도 하다

받는거면 받는거지 받을 수 있지만 2차 먼저 가라 이 이야기는 환자수가 엄청 밀려 미처 처치가 제때 못할 상황이면 이해가 가는 요구인데 그 대학병원은 상황판에 환자수가 1명이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아마 그 환자 받으면 일단 저희 병원에서는 입원 안되고 (내과에서 못받겠다 했으니) 결국 전원을 가야하는데, 대학병원에서 적극적 치료 할거 아님 안받겠다 할거라고. 2차병원에서 진료 하라 할거라고.

또 적극적 치료 받겠다 하면 환자 상태 볼때 바로 인공호흡기 달아야하는 상황이니 대학병원 바로 가는게 맞다고.

 

몇번 통수? 아닌 통수 맞아 환자가 붕 뜨거나 사망하신 적이 있어 까놓고 이야기를 했다.

 

 

다들 힘든 명절이었을 것이다

대학병원은 더 했겠지

 

자살시도하는 분들은 물론 나름 많이 고통스러워 그랬겠지만

한정된 자원 한정된 병실에 환자 밀려 힘든데 수용문의 들어오면 한숨이 나온다

의료인으로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도 있는데 한숨부터 나오는게 사실이다

 

그나저나 내년이 걱정이다

내년 3월에 인턴 안나오면 대학병원 마비될텐데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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