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끝나고 평화로운 응급실
물론 오토바이 사고로 아주 가볍게 쇄골 골절에 어깨뼈 골절인 분과 (이정도면 아주 가벼운 부상이다. 오토바이는!)
넘어지며 다쳐서 아랫입술을 뚫고 혀가 나올수 있는분
몸에 나트륨이 정상보다 한참 낮음에도 무려 정신을 유지하고 경련발작을 하지 않은 환자분 (잠깐 검사결과가 잘못된 줄 알았다)
몸에 혈색소가 정상인에 1/3인 환자분 (어쩐지 백인보다 더 하얗던)
등 등이 있었지만 어쨋든 평화로웠다
그런데 머리가 아프다며 온 분이 운동하다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한다
동작을 보니 렛풀다운이다
두통이 갑자기 생기고 당시 운동중이었으며 119를 부를만큼 심했고 혈압이 160. 물론 고혈압 있는분이고 두통이 심하면 혈압은 좀 오를수 있다
뇌출혈인가 싶어 시티찍자 이야기 드리니 그정도는 아니라며 진통제 달라신다
(그런데 119를?)
일단 겉보기로 멀쩡해보여 주사 수액 드리고 보는데
계속 머리가 아프다 하신다
그래서 진통제 주사 추가로 입력하면서 그냥 시티한번 찍어보시죠 하니 찍겠다하신다
영상찍을 환자가 밀리고 밀려 (낮엔 환자가 많다) 겨우 찍고나서 팍스 프로그램을 보니 영상이 업로드 되어있다
이제 올라왔네 하고 아무 생각없이 클릭
…. 하아… 어떻게 환자가 저렇게 멀쩡할 수 있지…
전원의뢰용 전화가 어딨어요?
네 상황실이죠 지주막하 출혈환자인데요
아뇨 윌리스 고리 전체에 다 깔렸습니다
되도록 빨리 부탁드리겠습니다…
환자분 시티 안찍고 귀가하셨으면 사망하셨겠어요
대학병원으로 가셔야합니다…
보호자 계시죠? 없다구요? 배우자도 자녀도 안계세요?
한시간뒤에 온 작장동료분
저 사람 자녀도 있고 배우자도 있는데 없대요? 왜그러지?
….
지혈제 수액에 믹스해 넣고
혈압강하제 믹스해 넣고
덱사메타손 뮤테란 안주는것 보다 좋겠지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드리고
항경련제 수액에 믹스해 넣고
수액만 3개다
만니톨은.. 아냐 환자 멘탈도 멀쩡하고 다른 증세 안보이니 보류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멀쩡하지??
다행인가
어찌 전원보내드리고 나니
이럴때는 비혼을 추천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병원은 보호자를 찾는다
환자 본인동의만 있어도 되고 본인 동의를 못하는 상태에 보호자가 없으면 응급 수술 못하는건 아니지만
뒤늦게 나타난 보호자나 정신차린 환자에게 시달리는게 두려운 대부분 병원들은 반드시 보호자를 찾는다
응급실에서 누릴수 있는 권리 이익 찾는 팁 같은 글이 돌아다니는걸 보며
이나라 의료가 기형화되는건 의사 정부 국민 셋 모두에게 책임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의학 이야기/응급실 일기